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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심재의 경쟁 상대는 명성심재다

어제의 기록이 오늘의 상대다

신치훈 (명성심재 대표 · 컴퓨터공학 박사) · 게재 2026. 9. 11. · 약 2

도요타의 성공 비결이 「타도 도요타」였다는 말을 책에서 읽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회사가 이겨야 할 상대를 밖에서 찾지 않았다는 뜻이다. 잘 팔리는 해에도 다음 위기를 가정하고 다른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 문장을 우리 회사 이름에 붙여 보았다. 명성심재의 경쟁 상대는 명성심재다. 써 놓고 보니 허세 같아서 더 곰곰이 따져 보았다.

명성심재는 경북 영양, 육지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군으로 꼽히는 곳에서 AI를 가르치고 책을 내는 작은 회사다. 경쟁 상대를 적어 보라면 자본이 큰 교육 회사부터 무료로 쏟아지는 유튜브 강의까지 얼마든지 적을 수 있지만, 그들 옆에 우리를 세우는 순간 질문이 이상해진다. 「그들보다 나은가」에는 답이 없다. 자를 남이 쥐고 있어서다. 「어제의 우리보다 나은가」에는 답이 있다. 자가 우리 기록 안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으로 돌아간다. 하루 일이 끝나면 무엇을 했고 무엇이 남았는지 문서로 남기고, 다음 날은 그 문서를 읽는 데서 시작한다. 사람만 읽는 게 아니라 우리가 쓰는 AI 에이전트도 같은 문서를 읽고 일을 이어받는다. 어제 판을 읽지 않은 오늘 판은 없다. 겨룰 상대가 어제의 문서 안에 있다는 말은 이런 뜻이다.

완료를 우리 입으로 선언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정했다. 「쉬고 있다」와 「끝냈다」는 다르다. 일이 한 단락 지으면 산출물 목록을 만들고, 빠진 것이 없는지 검사기가 대조하고, 통과했을 때만 완료 인증서가 나온다. 사람이 「다 됐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인증서가 좋은 결과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어제와 같은 자로 오늘을 쟀다는 것만 보증한다. 그런데 그 자가 있어야 이겼는지 졌는지를 안다.

채점도 쓴 사람이 하지 않게 했다. 글을 쓴 사람이 그 글에 점수를 매기면 점수만 오르고 글은 그대로다. 그래서 회사 안의 다른 검토 경로가 보고, 우리가 쓰는 모델 계열 밖의 검토도 한 번은 거친다. 이 규칙은 실패에서 나왔다. 처음에 평가자에게 「좋은가」를 물었더니 같은 글을 두고 답이 매번 달랐다. 「원문에 이 문장이 있는가」만 묻고 판정은 규칙이 내리게 바꾸자 답이 겹치기 시작했다. 평가자는 그대로였고 질문만 바꿨다. 그때 넘어선 것은 기분으로 채점하던 우리였다.

올해 낸 첫 책이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겪게 했다. 첫 신청은 뒤표지에 있어야 할 것을 빠뜨려 반려를 받았다. 고쳐서 낸 두 번째도 돌아왔다. 세 번째에서야 통과해 판매를 시작했다. 그동안 실제로 맞선 상대는 첫 번째 신청서를 만든 우리였다. 반려 사유는 그대로 규칙이 되어 검사기에 들어갔고, 다음 책은 그 검사기를 먼저 통과한다. 두 번 진 상대를 세 번째에 이긴 셈이다.

회사 이름의 深齋는 깊은 곳에서 마음을 비우는 집이라는 뜻이다. 깊은 곳에서 소음을 걷어 내려면 바깥과 잠시 끊어야 한다. 바깥의 속도와 겨루는 회사는 바깥이 정한 자로 자기를 잰다. 우리는 그 자를 빌리지 않기로 했다. 자는 어제 우리가 남긴 기록이다.

타도 명성심재는 구호가 아니라 작업 순서다. 아침에 어제 문서를 열고, 일이 끝나면 검사기가 완료를 가르고, 채점은 다른 눈에 맡긴다. 그 순서를 밟은 날에는 회사가 어제보다 조금 나아져 있고, 밟지 않은 날에는 그대로다. 상대가 회사 안에 있으니 시합은 매일 열리고, 진 날도 기록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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